재판상 이혼(강제이혼)이 가능한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부부가 이혼을 하려고 합니다. 이혼 여부와 재산분할의 방법, 양육권 등에 대해 둘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협의이혼'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쪽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된 경우처럼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 또는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을 두고 다툼이 있는 경우와 같이 부부 간에 이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재판상 이혼'이라 하며, 흔히 '강제이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은 언제, 어떤 사유가 있을 때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민법에 정해진 재판상 이혼 사유
우리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배우자의 생사가 3년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위 사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해야 법원에서 재판상 이혼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2.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건가요?
조문만 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어떤 사유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대체 '부정한 행위'란 무엇인지? '부당한 대우'는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지, 하나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2.1. 제1호의 '부정한 행위'란
'부정한 행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요? 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한 판례가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배우자로서의 정조의무에 충실치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이른 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부정한 행위인지의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간통'이란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행위지요. 일반적으로 '부정한 행위'라면 곧 불륜, 즉 간통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판례는 반드시 성관계를 하지 않았더라도 부부간 정조의무, 즉 성적 순결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면 '부정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이성과 연인 관계에서 있을 법한 다정한 연락을 지속한 경우'
'성관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키스, 포옹 등 깊은 스킨십을 한 경우'
'윤락업소에 드나든 경우'는 모두 '부정한 행위'에 해당됩니다.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제소기간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부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또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경우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제841조).
2.2. 제2호의 '악의의 유기'란
유기는 '버린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악의'는 무슨 뜻일까요? 직관적으로는 '나쁜 의도로' 유기한 경우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판례의 해석을 살펴봅시다.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법률에서 말하는 '선의'와 '악의'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2호에서 말하는 '악의'는 '정당한 이유 없이' 라는 뜻입니다.
법원은
'남편이 첩을 두고 아내를 20년 이상 홀로 거주하게 한 경우'
'남편이 정신이상의 증세가 있는 처를 두고 가출하여 비구승이 된 경우'
'혼인신고를 한 후 약 20일간 동거하다가 농사일이 힘들고 배우자의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로 집을 나간 경우'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반면,
'처가 남편의 무관심과 행패, 사망한 전처 소생의 딸을 양육하는 과정에서의 질책, 폭언 등에 견디지 못하고 친정으로 돌아간 경우'
'가정불화의 심화로 일시 가출하여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악의의 유기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외에도 전염성 질병이나 출장, 합의, 폭행 등 별거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악의의 유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2.3. 제3호, 4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란
고부갈등이나 가정폭력을 겪는 의뢰인분들이 자주, 이정도면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선 판례를 보겠습니다.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하고 이 사건과 같이 몇 차례의 폭행, 모욕적인 언사는 가정불화의 와중에서 서로 격한 감정으로 오갔고 폭행이 비교적 경미한 것이라면 이는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판례가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편이 혼인초부터 처가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트집을 잡아 학대를 하고 이혼을 요구하며 자살하겠다고 협박한 경우'
'남편이 처와 제3자와의 관계가 결백함을 알면서도 처를 간통죄로 고소하고 제3자 등으로 하여금 간통사실 등에 관한 거짓진술을 하도록 부탁한 경우'
'지참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를 구타한 경우'
이러한 수준에 이르지 아니하고 단순히 자주 말다툼이 있다던가, 고부나 장서 사이에 갈등이 있는 정도로는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시모와 일회성의 몸싸움을 벌인 경우'
'부부간에 다소 모욕적인 언사나 약간의 폭행을 한 경우'
'간통한 배우자를 구타하여 약1주간1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경우' 등은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4.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대부분의 이혼사유는 6호에 해당됩니다. 가장 추상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사유이지요. 대표적으로 '성격 차이'로 이혼을 희망하실 때 이 6호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하게 됩니다.
어떤 사유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정도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파탄의 정도, 혼인계속의 의사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므24 판결]"
구체적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부 중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걸렸고, 예후 또한 불확실한 상태이고, 가정 전체에 지속적인 정신적·육체적 부담과 재정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경우'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되지만,
'부부의 일방이 정신병적인 증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증상이 가볍거나 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처인 원고나 자식과의 의논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당한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한 경우'
'배우자 일방이 도박을 계속하면서 가사와 자녀를 돌보지 아니한 경우'는 이혼 사유에 해당되나,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여 다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외에
'지나친 사치와 낭비'
'극심한 성격의 불일치'
'계속된 별거'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
'성병 감염' 등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3.해당되는 사유가 없는 것 같다면?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이혼을 결심하게 된 사유가 다소 가볍게 느껴지거나, 법적으로 정해진 이혼 사유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담을 해 보면, 스스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던 문제들이 법적으로는 충분히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인 생활에서 느끼는 고통과 불편은 당사자만이 가장 잘 아는 법입니다. 이혼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그 이유가 사소하게 느껴지더라도 스스로를 탓하거나 혼자 끌어안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 첫 걸음이 생각보다 마음을 훨씬 가볍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작성자: 권민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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