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사업이 끝난 뒤 전문기관으로부터 “정산 결과 ○○원을 회수한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통보서의 제목이 아니라, 그것이 단순한 정산 회수통보인지, 아니면 제재절차를 거친 연구개발비 환수처분인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문기관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3조에 따른 정산 결과를 통보하면서 납부를 요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취소소송보다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반면 같은 법 제32조 제3항에 따른 공식적인 연구개발비 환수처분, 참여제한 및 제재부가금 처분은 취소소송의 대상입니다.
1. 정산 회수금과 제재절차상 환수금은 다릅니다
1.1.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3조에 따른 정산 회수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3조 제7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연구개발과제의 각 단계가 종료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연구개발비를 정산하고, 정산 결과에 따라 연구개발비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제5항에 따른 주요 회수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비 사용 잔액
사용용도 또는 사용기준을 위반하여 사용한 연구개발비 전액
직접비 집행비율보다 과다하게 집행된 일정한 간접비
협약 해약 시의 간접비 사용 잔액
연구개발기관이 실제 부담하지 않은 기관부담연구개발비 상당액
따라서 회수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언제나 부정행위나 제재사유가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연구개발비 잔액이나 기관부담금 부족액도 정산 회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행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제83조는 정산 회수금액을 결정하여 통보하고, 연구개발기관이 원칙적으로 통보일부터 1개월 이내에 반납하도록 규정합니다.
1.2. 사용용도·사용기준 위반은 제재절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비의 사용용도 또는 사용기준을 위반한 행위는 혁신법 제31조 제1항 제2호의 부정행위에 해당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참여제한이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제재사유와 관련된 정부 연구개발비를 환수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제13조의 정산 회수금을 납부하지 않는 행위도 현재는 별도의 제재사유입니다.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1조부터 제34조
다만 모든 불인정 금액이 곧바로 제재처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7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매뉴얼 및 제재처분 가이드라인은 과제 수행을 위해 실제 사용하였으나 부주의로 증빙이 부족하거나 필요한 승인절차를 누락한 경미한 위반과, 과제와 무관한 지출·허위 청구·개인적 유용 등 실질적인 용도 외 사용을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전자는 정산 회수만 이루어질 수 있지만, 후자는 참여제한·제재부가금·환수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동일한 지출에 관하여 정산 회수와 제재절차가 함께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위반액을 반납했다면 그 금액은 제32조에 따른 환수금 산정에 반영되어야 하지만, 참여제한이나 제재부가금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1.3. 전문기관은 원칙적으로 정산업무의 대행기관입니다
법률상 정산 주체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입니다. 다만 혁신법 제22조에 따라 전문기관이 정산 등 사업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행”이 곧바로 처분권한의 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32조에 따른 최종 제재처분 권한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기관 명의의 문서를 받았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13조 정산 결과의 단순 통보인지
중앙행정기관장의 결정을 대신 전달한 것인지
제32조 제3항에 따른 환수처분인지
문서에 강제징수 및 불복방법이 기재되어 있는지
개별 사업법에 별도의 권한 위임 근거가 있는지
2. 전문기관의 회수통보는 행정처분일까요?
2.1. 통보라는 형식만으로 처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해지나 반환을 통보했더라도 곧바로 행정처분이 되는 것은 아니며, 관계 법령이 일방적으로 법률관계를 확정할 권한을 부여했는지, 아니면 공법상 계약 당사자의 지위에서 한 의사표시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두41449 판결
따라서 문서에 “환수”, “회수명령” 또는 “납부통보”라고 적혀 있거나 불복방법이 안내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성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2.2. 대법원은 전문기관의 정산금 통보를 당사자소송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50025 판결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연구개발기관에 외부인건비 정산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한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 협약을 공법상 계약으로 보고, 전문기관의 정산금 납부통보에 따른 반환의무의 존부와 범위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3. 현행 혁신법을 적용한 최근 판결도 같은 결론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5. 12. 4. 선고 2025구합53112 판결에서 전문기관이 사업단을 통해 한 연구개발비 반납안내의 처분성을 부정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협약은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반납안내는 협약상 정산권을 행사하여 정산금 반환을 최고한 것이다.
혁신법 제32조의 환수처분과 달리 제13조의 정산 회수통보에는 불응 시 곧바로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회수통보 취소청구는 각하되었습니다. 반면 연구개발기관이 이의를 유보하고 이미 납부한 금액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귀속자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용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아직 최근의 제1심 판결이고, 2026년 8월 3일 현재 항소 또는 확정 여부가 공개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 2021다250025 판결과 같은 방향이라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4. 제32조의 환수처분은 취소소송 대상입니다
혁신법 제32조 제3항의 연구개발비 환수는 정산 회수와 다릅니다. 법 제34조 제2항은 이를 명시적으로 “연구개발비 환수처분”이라고 부르고, 미납 시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구법상 사례이지만 대법원도 법률에 따른 환수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기관의 출연금 환수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보고, 취소소송에서 비례원칙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했습니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두53657 판결
3. 어떤 소송을 제기해야 할까요?
받은 조치 | 원칙적인 소송 | 피고 |
|---|---|---|
전문기관의 제13조 정산 회수통보, 아직 미납 | 공법상 채무부존재확인 당사자소송 | 반환채권의 실제 귀속 주체 |
제13조 회수금을 이미 납부 | 공법상 부당이득반환 또는 금전지급 당사자소송 | 납부금의 실제 귀속 주체 |
제32조 제3항 환수처분 | 취소소송 | 실제 처분청 |
참여제한·제재부가금 처분 | 취소소송 | 실제 처분청 |
3.1.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경우
제13조 정산 회수통보가 비처분에 해당한다면 관할 행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행정부에 공법상 정산금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반 민사법원에 민사소송으로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3.2. 이미 납부한 경우
이미 회수금을 납부했다면 채무부존재확인보다는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적합합니다. 이 경우 반환계좌만 볼 것이 아니라 협약 당사자, 국고 귀속 여부 및 누가 반환채권을 보유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문기관이 단순히 국가사무를 대행한 경우 실제 채권자와 금액 귀속자는 대한민국일 수 있습니다. 피고를 전문기관으로 잘못 정하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두56435 판결
3.3. 소송유형이 불명확한 경우
최근 판결은 전문기관의 제13조 회수통보를 비처분으로 보았지만, 중앙행정기관장 명의의 제13조 회수통보까지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다음 사항을 종합해야 합니다.
문서의 법적 근거가 제13조인지 제32조인지
전문기관이 자체 명의로 통보했는지, 장관의 결정을 전달했는지
불응 시 행정상 강제징수가 가능한지
문서만으로 반환의무가 최종 확정되는지
별도의 제재처분평가단 절차가 진행되었는지
처분성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면 취소소송의 90일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취소청구와 공법상 당사자청구의 예비적 병합 또는 별도 병행 제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회수통보를 받은 뒤의 실무 대응
4.1. 1개월 이내에 정산 이의신청을 해야 합니다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제84조에 따라 회수통보일부터 1개월 이내에 한 차례 정산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서에는 단순히 “과제에 사용했다”라고 적는 것보다 각 불인정 항목별로 다음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일과 금액
연구개발과제와의 관련성
적용되는 비용 항목과 사용기준
실제 납품·용역 수행 및 지급 자료
사전승인 또는 변경승인 자료
정부지원금 지분과 회수금 계산의 오류
이의신청이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자동으로 정지하거나 연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소송기간은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4.2. 불인정과 용도 외 사용을 구별하여 주장해야 합니다
증빙이 일부 부족하다는 사정과 연구개발비를 과제와 무관하게 사용했다는 사정은 법적 의미가 다릅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연구개발비 반납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과제 관련성, 실제 거래, 가격의 적정성, 결과물의 존재 및 기관 사이의 인적·물적 독립성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제재절차도 예상된다면 정산 이의신청에서 제출한 설명이 고의 또는 부정사용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표현을 일관되게 관리해야 합니다.
4.3. 아무 조치 없이 미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2026년 6월 11일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정산 회수금을 납부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제재사유가 되었습니다. 회수통보가 비처분이라는 것은 곧바로 납부의무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경영악화·재난 등으로 납부가 곤란하다면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제85조에 따라 2년의 범위에서 납부기한 연장이나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수금 자체를 다투는 경우에도 이의신청, 당사자소송 및 납부유예 신청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자금 여력이 있고 미납에 따른 제재위험이 큰 경우에는 권리와 이의를 명시적으로 유보하여 납부한 뒤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쟁송 중이라는 사정이나 이의 유보만으로 미납에 정당한 사유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4.4. 제32조 처분은 제소기간과 집행정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32조의 환수처분이나 참여제한·제재부가금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원칙적으로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일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강제징수, 자금경색 또는 진행 중인 과제의 중단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된다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해야 합니다.행정소송법 제23조
5. 결론
전문기관이 보낸 연구개발비 회수통보는 문서 제목만 보고 취소소송을 제기해서는 안 됩니다.
현행 법령과 판례를 종합하면, 전문기관의 제13조 정산 회수통보는 통상 공법상 협약에 따른 반환채무의 문제이므로, 미납 상태에서는 공법상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이미 납부했다면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제32조 제3항의 연구개발비 환수처분과 참여제한·제재부가금 처분은 취소소송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하나의 지출에 대해 제13조 회수통보와 제32조 제재처분이 각각 내려질 수 있으므로, 각 문서의 근거와 법적 효과를 따로 분석하여 모두 대응해야 합니다.
6. 참고문헌
※ 구체적인 회수통보의 처분성, 소송유형 및 피고는 해당 사업의 근거 법률, 협약과 통보서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법률사무소 화음을 알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