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오랜 활동 끝에 소속사를 떠난다면, 그동안 사용한 그룹명은 누구의 것이 될까요?
소속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이름을 만들고, 연습생을 선발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브랜드를 키웠으니 회사의 자산이다.”
멤버들은 반대로 이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사람은 우리다. 계약이 끝났다고 이름까지 빼앗길 수는 없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회사가 만들었으니 무조건 회사 것”도 아니고, “멤버들이 유명해졌으니 당연히 멤버 것”도 아닙니다.
누가 언제 상표를 출원했는지, 상표출원에 관한 계약이나 동의가 있었는지, 출원 당시 그룹명이 얼마나 널리 알려져 있었는지, 기존 상표권을 이전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티아라, H.O.T., 신화, 비스트와 하이라이트, 브레이브걸스 사례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1. 결론부터 말하면, 그룹명은 누구에게도 자동으로 귀속되지 않습니다
1.1. 상표권은 원칙적으로 등록한 사람에게 발생합니다
우리 상표법은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무조건 권리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인정하는 등록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상표권은 단순히 출원서를 제출한 때가 아니라 심사를 통과하고 등록료를 납부하여 설정등록을 마친 때 발생합니다.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유사한 상표가 여러 날에 출원되었다면 원칙적으로 먼저 출원한 사람만 등록받을 수 있습니다. 법제처
따라서 소속사가 그룹의 데뷔 초기에 적법하게 그룹명을 출원·등록했다면, 일단 상표등록원부에 기재된 소속사가 상표권자가 됩니다.
1.1.1. 다만 그룹명 전체를 모든 상황에서 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표권은 사람의 이름 자체를 세상 모든 영역에서 지배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상표권자는 등록한 상표를 지정상품에 관하여 사용할 권리를 독점합니다. 예를 들어 그룹명을 음반, 가수공연업, 의류, 화장품 등에 등록했다면 그 상품·서비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범위가 주된 보호대상이 됩니다. 상표의 표기와 지정상품이 달라지면 권리범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제처
따라서 “그룹명의 상표권은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은 보다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야 합니다.
어떤 한글·영문 명칭과 로고에 관한 것인가?
음반, 공연, 굿즈, 화장품 등 어떤 상품·서비스에 관한 것인가?
현재 등록상표권자는 누구인가?
계약이 끝난 뒤 멤버들에게 이전하기로 약정했는가?
상표등록 자체에 거절 또는 무효 사유가 있는가?
2. 유명해진 그룹명은 단순한 회사의 상품명이 아닐 수 있습니다
2.1.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가 중요한 이유
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는 다음과 같은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상호·초상·예명 또는 그 약칭 등을 포함하는 상표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등록할 수 있습니다. 법제처
쉽게 설명하면,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나 그룹의 이름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상표로 등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규정은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명인의 이름이나 예명에 결부된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특허법원도 티아라와 관련된 별도의 TIARA 사건에서 이 조항의 취지가 타인의 인격권 보호에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법제처
2.1.1. 소속사라고 해서 언제나 자유롭게 출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룹을 기획한 소속사도 그룹 구성원과는 별개의 법인입니다.
그룹명이 이미 특정 멤버들을 지칭하는 저명한 명칭이 되었다면, 소속사가 뒤늦게 그 이름을 출원할 때에도 다음 중 하나를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멤버들이 상표출원에 동의했다는 사실
계약상 해당 상표권이 소속사에 귀속된다는 사실
소속사가 적법하게 상표를 출원·보유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
반대로 아직 데뷔하지 않았거나 그룹명이 널리 알려지기 전에 소속사가 계약에 따라 먼저 출원한 경우에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만으로 그 출원을 막기 어렵습니다. 이 조항 자체가 ‘저명한’ 타인의 명칭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출원 시점과 계약 내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2.2. 혼동을 일으키거나 유명세에 편승한 출원도 문제가 됩니다
유명 그룹명과 관련해서는 제34조 제1항 제6호 외에도 다음 규정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저명한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상표
유명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상표
유명한 상표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
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와 제13호가 이러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제처
이 규정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다뤄진 사례가 H.O.T. 사건입니다.
3. 티아라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3.1. 계약 종료를 사흘 앞두고 소속사가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MBK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12월 28일 한글과 영문으로 된 티아라 T-ARA 명칭을 상표로 출원했습니다.
당시 큐리, 은정, 효민, 지연과 MBK의 전속계약은 2017년 12월 31일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즉, 소속사가 계약 종료를 사흘 앞두고 그룹명을 출원한 것입니다. MBK는 당시 멤버들에게 사전에 출원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출원 대상에는 가수공연업과 콘서트 관련 서비스뿐 아니라 음원·영상물, 의류·신발, 화장품 등 그룹명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여러 상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브릿지경제
만약 MBK가 이들 상품과 서비스에 관해 상표등록을 받았다면, 멤버들이 회사를 떠난 뒤 티아라라는 이름으로 공연하거나 상품을 출시할 때 상당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3.2. 멤버들은 특허청에 ‘정보제출서’를 냈습니다
티아라 멤버들은 2018년 1월 특허청에 MBK의 상표출원을 거절해야 하는 이유를 적은 정보제출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는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닙니다. 상표 심사 중인 특허청 심사관에게 참고할 자료와 법적 의견을 제출하여, 해당 출원에 거절 사유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절차였습니다. 멤버 측은 출원이 공고될 경우 정식 이의신청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3.3. 특허청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를 적용했습니다
2018년 6월 특허청은 MBK에 거절이유가 기재된 의견제출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공개된 통지 내용에 따르면 특허청은 티아라가 널리 알려진 연예인 그룹 명칭이므로, 소속사가 이를 출원한 것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특허청은 다음과 같은 자료가 제출된다면 등록 가능성을 다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도 밝혔습니다.
티아라 구성원들의 동의서
상표권이 소속사에 귀속된다는 계약서
그 밖에 소속사의 권리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MBK는 자료를 보강해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출원은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티아라는 이후에도 같은 그룹명으로 활동했고, 2021년에는 멤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앨범으로 다시 컴백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3.4. 티아라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의미
이 사건을 단순히 “소속사가 패소하고 멤버들이 상표권을 얻었다”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특허청의 판단은 다음에 가깝습니다.
티아라라는 이름이 이미 멤버들을 지칭하는 저명한 그룹명이 되었으므로, 소속사가 멤버들의 승낙이나 권리귀속 계약을 입증하지 않고 자기 명의로 등록할 수는 없다.
즉, MBK의 상표등록이 제한된 것이지, 그 판단만으로 티아라 멤버들에게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등록상표권이 자동 이전된 것은 아닙니다.
상표출원이 거절되면 출원인은 등록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편 당사자가 곧바로 상표권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멤버들이 독점적 상표권까지 확보하려면 별도로 자신들의 명의 또는 공동으로 출원·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구별은 다른 아이돌 상표권 사건을 이해할 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3.5. T-ARA와 TIARA는 언제나 같은 상표일까요?
티아라와 관련해서는 MBK 사건보다 앞선 별도의 특허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한 회사가 가방 등에 TIARA라는 상표를 출원하자 특허청은 저명한 걸그룹 T-ara의 명칭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tiara가 작은 왕관을 뜻하는 일반 영어 단어이고, 해당 회사가 종전부터 왕관 도형과 함께 사용해 온 사정 등을 고려하면 걸그룹의 영문명 T-ara를 포함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제처
이 판결은 유명 그룹명이라고 해서 철자나 발음이 비슷한 모든 단어를 독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는 유명인의 명칭과 비슷한 모든 표현을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 그 명칭을 실제로 포함하는 상표인지를 엄격하게 살펴보는 규정입니다.
4. H.O.T. 사건에서는 왜 결론이 달랐을까요?
4.1. 재결합 콘서트를 계기로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H.O.T.는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김경욱 씨가 자신이 보유하던 H.O.T. 관련 상표와 로고가 무단 사용되었다며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상표권·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연합뉴스
겉으로 보면 전직 소속사 관계자와 멤버들 사이의 전형적인 그룹명 분쟁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H.O.T.라는 이름은 멤버들의 것이므로 전 대표의 상표는 무효”라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4.2. 특허법원은 기존 H.O.T. 표지에 관한 권리가 SM에 있었다고 봤습니다
특허법원은 2020년 여러 건의 상표등록 무효·취소 사건에서 H.O.T.라는 표지가 데뷔와 음반 발매, 공연, 방송, 광고 및 각종 상품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H.O.T. 표지에 관한 권리는 전 대표 개인이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에 귀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법파일
전 대표는 H.O.T. 멤버들로부터 상표 사용에 관한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사정을 들어 그 동의서만으로 권리가 이전되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동의서는 기존 H.O.T. 표지 전체가 아니라 당시 출원 중인 상표의 사용에 관한 것이었다는 점
당시 미성년자였던 멤버들의 날인만 있고 법정대리인의 서명·날인이 없었다는 점
SM이 그 권리이전에 동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멤버들이 당시 SM에 귀속된 권리를 독자적으로 전 대표에게 양도할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법원은 일부 상표가 H.O.T.의 유명세와 고객흡인력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출원되었다고 판단하여 등록무효 사유도 인정했습니다. 사법파일
4.3. 전 대표의 상표권 침해 소송은 최종 패소했습니다
관련 상표등록이 무효 또는 취소된 뒤에도 전 대표는 2018년 콘서트 당시에는 자신의 상표권이 유효했다며 침해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표등록 무효가 확정되면 해당 상표권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취급되므로, 이를 전제로 과거의 사용행위에 대한 침해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5월 전 대표의 패소를 확정했습니다. 로고에 관한 저작권 주장도 전 대표가 저작권자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영어판
4.4. H.O.T. 사건을 “멤버들이 상표권을 되찾은 사건”이라고 하면 부정확합니다
H.O.T. 측이 전 대표의 상표권 주장을 막아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기존 표지의 권리자를 H.O.T. 멤버들이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도 상표권이 자동으로 멤버들에게 귀속된 사례라기보다는, 전직 관계자가 보유하던 상표등록의 효력이 부정된 사례로 이해해야 정확합니다.
5. 신화는 어떻게 실제로 이름을 되찾았을까요?
5.1. 신화는 한동안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계약을 맺어야 했습니다
신화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신화 상표권은 SM에서 준미디어로 이전되었습니다.
신화 멤버들이 설립한 신화컴퍼니는 2011년 준미디어와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준미디어가 권리보유 증빙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면서 사용료와 콘서트·팬클럽 수익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2014년 1심 법원은 준미디어가 SM으로부터 신화 상표권을 양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신화컴퍼니가 준미디어에 약 1억 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연합뉴스
5.2. 신화의 이름은 판결이 아니라 ‘양도 합의’를 통해 이전됐습니다
신화 측은 항소했고, 2015년 5월 서울고등법원 조정절차에서 준미디어가 신화 측 회사에 상표권을 양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소송 중에는 앨범 표지에 신화라는 문자 대신 로고를 사용하고, 회사명도 신화컴퍼니에서 신컴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하는 등 명칭 사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습니다. 조정에 따른 양도가 이뤄진 뒤에야 신화 측은 상표권을 실제로 넘겨받았습니다. 다음
신화 사례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유효한 상표권이 다른 회사에 있다면, 멤버들이 오랫동안 그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상표권이 자동 이전되지는 않는다.
실제 권리를 취득하려면 양도계약과 명의이전 절차가 필요하다.
6. 비스트는 하이라이트가 되었고, 다시 ‘비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6.1. 소속사를 떠나면서 새로운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비스트 멤버들은 2016년 말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끝난 뒤 새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비스트 상표권은 큐브가 보유하고 있었고 사용 협상이 원활하게 마무리되지 않자, 멤버들은 2017년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경매거진
이는 상표권이 유효하게 소속사에 남아 있는 경우 멤버들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결과를 보여 줍니다. 분쟁을 장기화하기보다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발한 것입니다.
6.2. 2024년에는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사용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2024년 4월 어라운드어스는 큐브와 비스트 상표 사용에 관한 합의를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활동명을 다시 비스트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팬들에게 기존의 비스트 명칭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발표는 상표권 양도가 아니라 상표 사용에 관한 합의였습니다. 상표권 자체가 하이라이트 측에 이전되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매일경제
비스트 사례는 상표권의 소유자와 그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상표권자가 사용을 허락하면 다른 사람도 계약 범위에서 상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7. 브레이브걸스가 브브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레이브걸스의 네 멤버는 2023년 2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마친 뒤 워너뮤직코리아로 옮겼고, 같은 해 5월 BBGIRLS, 즉 브브걸이라는 새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연합뉴스
당시 언론은 전 소속사가 2021년 브레이브걸스 명칭을 상표로 출원한 사실을 그룹명 변경의 현실적인 배경 중 하나로 설명했습니다. 다만 공개된 자료에서는 티아라처럼 특허청의 구체적인 거절 판단이 내려지거나, H.O.T.처럼 법원의 판결로 권리귀속이 확정되거나, 신화처럼 상표권 양도 합의가 이뤄진 경과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음
따라서 브레이브걸스 사례는 확정적인 법적 선례라기보다, 기존 이름을 둘러싼 권리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멤버들이 재브랜딩을 선택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룹명을 바꾸면 법적 분쟁은 피할 수 있지만, 기존 이름에 축적된 검색량, 팬덤의 기억, 공연 이력, 광고가치까지 새 이름으로 다시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깁니다.
8. 사례별 결론은 서로 다릅니다
그룹 | 핵심 경과 | 법적·실무적 결과 |
|---|---|---|
티아라 | 계약 종료 직전 소속사가 뒤늦게 출원 | 멤버 동의·권리귀속 계약이 확인되지 않아 제34조 제1항 제6호가 문제 됨. 소속사 출원은 등록되지 않았지만 상표권이 자동으로 멤버들에게 이전된 것은 아님 |
H.O.T. | 전 소속사 대표 개인이 보유한 상표를 근거로 재결합 공연에 권리 주장 | 관련 상표가 무효·취소되고 침해소송도 최종 패소. 다만 법원은 기존 표지의 권리가 SM에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귀속시킨 것은 아님 |
신화 | 상표권자와 사용계약 및 사용료 분쟁 | 법원 조정을 통한 양도 합의로 멤버 측 회사가 실제 상표권을 취득 |
비스트·하이라이트 | 전 소속사가 상표권을 보유 | 새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024년 기존 명칭의 사용 합의 성립. 소유권 양도로 공개된 것은 아님 |
브레이브걸스·브브걸 | 전 소속사 이탈 후 새 이름으로 재출발 | 공개된 확정 판결 없이 재브랜딩을 선택한 실무 사례 |
이처럼 “아이돌이 이름을 되찾았다”는 표현 안에도 전혀 다른 법률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상표등록이 거절된 경우
기존 상표등록이 무효가 된 경우
상표권을 실제로 양도받은 경우
상표권은 회사에 두고 사용허락만 받은 경우
분쟁을 피하기 위해 새 이름을 선택한 경우
이들을 모두 같은 결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9. 현재 표준전속계약서는 그룹명 상표권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요?
9.1. 계약기간 중에는 소속사가 자기 명의로 출원할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개정한 가수 중심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기간 중 기획업자는 자신의 명의로 가수의 본명·예명·애칭·그룹명 등을 이용한 상표와 디자인을 개발하고 출원·등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취득한 권리는 기획업자의 업무나 가수의 연예활동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제처
9.2. 계약이 끝났다고 그룹 상표가 자동으로 멤버들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계약서는 계약 종료 시 권리이전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습니다.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우: 기획업자와 그룹 구성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이전
단독 가수로 활동한 경우: 원칙적으로 가수에게 이전
당사자가 별도로 다르게 합의하는 것도 가능
소속사가 상표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했다면 권리이전 과정에서 적절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미 정산에서 해당 비용을 회수했다면 다시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제처
그룹명과 관련된 퍼블리시티권 및 인격적 권리는 원칙적으로 가수에게 있고, 별도 합의가 없다면 소속사의 이용 권한은 계약 종료와 함께 소멸한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법제처
9.2.1. 표준계약서도 결국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룹의 경우 계약이 끝나면 무조건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이전하도록 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룹은 여러 명의 멤버, 소속사, 제작자와 투자자가 함께 형성한 브랜드이므로 다음 사항을 합의하도록 한 것입니다.
상표권을 멤버 공동명의로 이전할 것인지
멤버들이 설립한 회사에 이전할 것인지
소속사가 보유하면서 무상 또는 유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일부 멤버가 탈퇴한 경우 누가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는지
상표권 이전대가를 지급할 것인지
표준전속계약서는 공정한 계약을 위한 기준이지만, 과거에 체결된 모든 계약에 자동으로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당사자들이 체결한 전속계약서와 부속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우선적으로 검토됩니다. 표준계약서 자체도 그룹 활동의 상표권에 관하여 별도 합의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제처
10. 결국 어떤 경우에 소속사 또는 멤버들에게 귀속될까요?
10.1. 소속사에 상표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큰 경우
다음과 같은 사정이 갖춰지면 소속사가 상표권을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룹명을 정한 초기 단계에서 소속사가 적법하게 출원·등록한 경우
전속계약서에 소속사의 상표출원 권한과 권리귀속이 명확히 기재된 경우
멤버들이 출원이나 등록에 유효하게 동의한 경우
계약 종료 시 상표권을 멤버들에게 이전한다는 약정이 없는 경우
해당 상표등록에 무효·취소 사유가 없는 경우
유효한 상표권이 소속사에 있는 이상, 전속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상표권까지 자동으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10.2. 멤버들이 소속사의 상표출원을 저지할 가능성이 큰 경우
반대로 다음과 같은 사정은 멤버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출원 당시 그룹명이 이미 멤버들을 지칭하는 저명한 명칭이 된 경우
소속사가 멤버들의 승낙 없이 계약 종료 무렵 뒤늦게 출원한 경우
소속사에 상표권이 귀속된다는 계약이나 합의가 없는 경우
기존 그룹의 명성에 편승하거나 향후 활동을 방해할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 등록상표가 장기간 사용되지 않아 취소 대상이 되는 경우
등록상표에 처음부터 혼동이나 부정목적 등의 무효 사유가 있었던 경우
다만 이러한 사정으로 소속사의 출원이나 등록이 거절·무효·취소되더라도, 멤버들이 자동으로 등록상표권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10.3.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약 종료 전에 이전 또는 사용 조건을 정하는 것입니다
상표권 분쟁은 그룹이 성공한 뒤에 발생하지만, 그 해결책은 대부분 데뷔 전 계약서에 있습니다.
그룹명 상표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다음 사항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누가 국내외 상표를 출원할 것인지
출원·등록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상표권자는 소속사, 멤버 공동명의 또는 별도 법인 중 누구로 할 것인지
계약 종료 시 누구에게, 어떤 가격으로 이전할 것인지
일부 멤버만 재계약하거나 탈퇴한 경우 그룹명을 누가 사용할 것인지
해체·재결합·유닛 활동 시 그룹명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음반·공연·굿즈·광고·팬클럽·온라인 계정에 관한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해외 상표권도 함께 이전하거나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특히 미성년 멤버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적법한 동의와 서명 여부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H.O.T. 사건은 형식적으로 작성된 동의서 한 장이 권리이전의 증거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11. 시사점: 아이돌의 이름은 회사의 브랜드이면서 멤버의 정체성입니다
아이돌 그룹명에는 서로 다른 두 가치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소속사는 이름을 만들고, 멤버를 선발하고, 음악과 이미지를 기획하며, 홍보와 제작에 비용을 투자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룹명은 회사가 만들어 낸 사업상 자산의 성격을 가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룹이 유명해지면 그 이름은 특정 멤버들의 얼굴, 목소리, 활동과 결합됩니다. 팬들이 그룹명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것은 회사의 법인명이 아니라 무대 위의 멤버들입니다. 이때 그룹명은 멤버들의 예명이나 인격적 정체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상표법은 어느 한쪽의 기여만을 절대적으로 우선하지 않습니다.
적법하게 먼저 등록한 상표권은 보호합니다.
유명인의 이름을 동의 없이 선점하는 출원은 제한합니다.
유명세에 편승하거나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상표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에 따른 권리이전과 사용허락도 존중합니다.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분쟁이 발생한 뒤 “누가 이 이름을 더 많이 만들었는가”를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그룹이 만들어질 때 상표를 출원하고, 그룹이 끝나거나 소속사가 바뀔 때 그 이름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사용할 것인지 미리 합의하는 것
그것이 회사의 투자와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함께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12. 참고문헌 및 근거자료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제11호·제13호 — 저명한 타인의 명칭, 출처 혼동 및 부정한 목적이 있는 상표의 등록 제한. 법제처
상표법 제35조·제82조·제89조·제91조 — 선출원주의, 상표권의 발생, 효력 및 보호범위. 법제처
특허법원 2016. 5. 19. 선고 2015허7292 판결 —
TIARA상표가 걸그룹T-ara의 명칭을 포함하는지 및 상표법상 저명한 타인의 명칭 보호 취지. 법제처티아라 멤버들의 정보제출 및 MBK 상표출원 경과 — 계약 종료 직전 출원, 멤버들의 정보제출서 제출. 연합뉴스
티아라 상표출원에 대한 특허청 거절이유 통지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 적용 및 구성원 동의서·권리귀속 계약서의 필요성. 엑스포츠뉴스
특허법원 2020. 6. 25. H.O.T. 관련 상표등록 무효·취소 사건 판결요지 — 선사용표지의 저명성, 권리귀속, 동의서의 효력 및 부정목적 출원 여부. 사법파일
대법원 2023. 5. 18. 2023다207957 판결 — H.O.T. 관련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 최종 패소. 대법원 영어판
신화 상표권 사용계약 관련 2014년 1심 판결 및 2015년 양도 합의. 연합뉴스
비스트 상표 사용에 관한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어라운드어스의 2024년 합의. 한경매거진
브레이브걸스의 계약 종료 및 브브걸 명칭으로의 활동 재개.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24-0021호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중심) 표준전속계약서 제8조·제9조 — 계약기간 중 상표출원, 계약 종료 후 권리이전 및 퍼블리시티권 관련 기준. 법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