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이름은 다른데, 들어가 보면 우리 매장과 똑같습니다. 간판의 분위기부터 조명, 진열 방식까지 그대로예요. 상표나 디자인을 등록하지 않았으면 방법이 없을까요?”
이럴 때 검토할 수 있는 것이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입니다. 다만 “우리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게의 영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무엇이고, 자유로운 벤치마킹과 불법적인 모방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1. 트레이드 드레스는 브랜드의 ‘전체적인 차림새’입니다
1.1. 로고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이나 영업의 특징적인 전체 외관을 뜻합니다. 상품의 포장·색채·형태뿐 아니라 매장의 간판·외벽·실내장식·배치 등이 결합한 모습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개별 요소보다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법정사건파일
예를 들어 나무 간판, 조명, 카운터는 각각 흔한 물건입니다. 그러나 특정한 디자인과 배치로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면, 그 전체 모습은 별도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법원도 이러한 ‘결합’의 보호를 인정했습니다. 서울지방법원
1.2. ‘콘셉트를 독점하는 권리’는 아닙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를 상표권·저작권·디자인권과 완전히 분리된 만능 권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서는 연방 상표법인 랜햄법 제43조(a)에 따라 미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도 보호합니다. 즉, 미국의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는 상표·부정경쟁 법체계 안에 있습니다. 법률 정보 연구소
한국에서도 특정 지식재산권의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제나 모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북유럽풍’, ‘우드톤’, ‘미니멀한 분위기’ 같은 추상적 콘셉트까지 한 업체가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호할 만한 구체적인 결과물과 부당한 이용행위가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법제처
2. 미국 사례: 이름이 달라도 매장 전체를 베끼면 문제가 됩니다
2.1. 멕시칸 식당의 외관을 보호한 ‘타코 카바나’ 사건
미국의 멕시칸 식당 타코 카바나(Taco Cabana)는 화려한 색채, 벽화와 장식품, 실내외 파티오, 건물 외벽의 네온 장식, 밝은 차양 등이 어우러진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경쟁업체 투 페소스(Two Pesos)가 매우 유사한 매장 구성을 사용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법률 정보 연구소
배심원단은 타코 카바나의 전체 외관에 본래적인 식별력이 있고, 비기능적이며, 경쟁업체의 사용으로 출처나 제휴관계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본래적으로 식별력 있는 식당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사용을 통해 특정 업체의 표시로 인식되었다는 ‘2차적 의미’를 별도로 입증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보아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Two Pesos, Inc. v. Taco Cabana, Inc., 505 U.S. 763 (1992). 법률 정보 연구소
이 판결은 ‘멕시코 분위기의 식당’이라는 아이디어 전체를 독점하게 한 것이 아닙니다. 출처를 구별하는 구체적인 외관의 조합을 보호한 것입니다. 법률 정보 연구소
2.2. 독특한 디자인이라고 모두 보호되지는 않습니다
반면 월마트와 사마라 브러더스의 아동복 분쟁에서 연방대법원은 상품 자체의 디자인은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본래적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으려면 소비자들이 그 디자인을 특정 출처와 연결하여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Wal-Mart Stores, Inc. v. Samara Brothers, Inc., 529 U.S. 205 (2000). 법률 정보 연구소
또한 미국의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에는 비기능성이 요구됩니다. 상품이나 영업에 필요한 기능을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이름으로 독점시키려는 제도는 아닙니다. 법률 정보 연구소
3. 한국 사례: 빵집과 쌀국수점의 ‘전체 이미지’도 보호했습니다
3.1. 단팥빵을 파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매장 이미지를 보호한 사건
‘서울연인 단팥빵’ 사건에서는 기존 빵집의 종업원이 별도의 단팥빵집을 열면서 인테리어와 매대 배치 등 매장 모습을 유사하게 사용한 것이 문제 되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매장 이미지를 창업자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로 보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적용한 근거는 당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현재의 파목인 ‘성과 등 무단사용’ 규정이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44777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별도의 트레이드 드레스 권리를 창설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하급심이 구체적인 매장 이미지의 부당한 이용을 성과 무단사용으로 판단했고, 그 결론이 확정된 사건입니다.
대법원 2016. 9. 21. 선고 2016다229058 판결.
3.2. “나무 간판은 누구나 쓰잖아요?” — 쌀국수점 사건
더 직접적인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8.자 2022카합21716 결정입니다. 쌀국수점의 붓글씨체 한자 목재 간판, 목재 외벽과 창살, 작은 목조 가옥 형태의 키오스크함, 카운터석과 조명 등 영업외관 요소의 결합이 문제 되었습니다. 법정사건파일
법원은 개별 요소만으로는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키기 어렵더라도,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식별력과 주지성을 얻고 소비자에게 영업주체의 혼동을 일으킨다면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주체 혼동행위를 인정하고 동일·유사한 외관 요소의 결합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서울지방법원
다만 이는 가처분 결정입니다. 모든 일본풍·목재 인테리어를 금지한 판결이 아니라, 해당 사건에서 특정 브랜드의 표시로 기능한 외관의 결합을 보호한 사례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울지방법원
4. 한국에서는 어떤 경우에 불법이 될까요?
4.1. 특정 브랜드의 매장으로 혼동하게 하는 경우: ‘나목’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표지에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이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트레이드 드레스를 인정하는 듯하다”는 수준을 넘어, 법률에 직접적인 보호 근거가 있습니다. 법제처
4.1.1. 전체 외관이 특정 업체의 표시로 알려져 있어야 합니다
그 외관이 단순한 장식에 머무르지 않고 특정 업체의 영업을 나타내는 표시여야 하며, 국내 관련 수요자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어야 합니다. 이를 ‘주지성’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일부 트레이드 드레스처럼 처음부터 독특하다는 사정만으로 한국법상 주지성 요건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법제처
4.1.2. 동일·유사한 사용으로 영업주체를 혼동하게 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유사성, 고객층, 실제 영업 형태 등을 종합하여 혼동 여부를 판단합니다. 상호가 다르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안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외관이 조금 비슷하더라도 특정 업체의 영업표지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나목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정사건파일
4.2. 상당한 투자·노력의 성과에 부당하게 무임승차하는 경우: ‘파목’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로서의 보호가 어렵다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부당하게 이용했는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보호할 만한 구체적인 성과가 있고, 상대방이 이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에 무단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는지입니다. 법제처
대법원은 성과의 경제적 가치, 고객을 끄는 힘, 투자·노력의 정도, 경쟁관계와 이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동시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이익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법제처
따라서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썼다”거나 “먼저 시작했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표권이나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 모든 것을 파목으로 다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조항의 과도한 적용이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학계의 비판도 있습니다.
4.3. 일반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도 있지만, 모방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경쟁자의 상당한 노력·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고,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해당 결정은 매장 외관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의 광고이익을 가로챈 사건에서 제시된 일반 법리입니다.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법제처
결국 일반 불법행위 역시 “느낌이 비슷하다”는 불만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은 아닙니다. 무엇이 보호받을 이익이고, 상대방의 이용이 왜 공정한 경쟁의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법제처
4.4. 제안서의 콘셉트를 가로챈 경우는 별도로 봅니다
공개된 매장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 사업제안이나 거래협상 과정에서 받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콘셉트·아이디어를 제공 목적에 어긋나게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에는 제2조 제1호 차목의 아이디어 탈취행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거나 동종 업계에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는 제외됩니다. 이는 트레이드 드레스와 구별되는 보호 경로입니다. 법제처
5. 분쟁에서는 ‘느낌’보다 구체적인 자료가 중요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려면 어떤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지부터 특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기별 매장 사진, 설계·디자인 자료, 개발비용, 홍보 내역, 소비자 반응, 상대방 매장과의 비교자료 등을 확보하면 외관의 특징과 투자·노력, 인지도 및 모방 정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판례가 제시하는 판단요소에 따른 실무상 준비 방향입니다. 서울지방법원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 사용금지·예방과 필요한 제거조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목·파목 위반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장 전체의 철거나 영업금지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호받는 범위에 맞추어 청구해야 합니다. 법제처
6. 주요 근거 법령·판례·문헌
법령
대한민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차목·파목, 제4조·제5조 및 「민법」 제750조. 미국 랜햄법 제43조(a), 15 U.S.C. §1125(a).
판례
미국: Two Pesos, Inc. v. Taco Cabana, Inc., 505 U.S. 763 (1992); Wal-Mart Stores, Inc. v. Samara Brothers, Inc., 529 U.S. 205 (2000).
한국: 서울고등법원 2016. 5. 12. 선고 2015나2044777 판결 및 대법원 2016. 9. 21. 선고 2016다229058 판결(심리불속행 상고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8.자 2022카합21716 결정;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참고문헌
정상조·박준석, 『지식재산권법』 제6판, 홍문사, 2024, 제5장 부정경쟁방지법 중 「기타의 성과물 무단사용」
나종갑, 「성과 ‘모방’ 도그마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의 적용범위 — 서울연인단팥빵사건을 중심으로」, 『산업재산권』 제62호, 2020, 151–20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