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내용, 관련 쟁점 및 동향
1. 들어가며
2024년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의 권익 보호 및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질서 확립을 위해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동법 시행령이 시행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제의 주요 내용 및 그 동향, 기존의 「특정금융정보법」과의 관계, 그리고 법제의 실효성 관련한 주요 쟁점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2.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제의 주요 내용 및 동향
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동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법”이라 함)은 ①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에서 제외되는 대상을 규정하고, ②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며, ③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1) 가상자산의 정의 및 제외 대상
위 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법 제2조 제1호). 다만, 다른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거나 이용자 피해 우려가 없는 전자적 증표는 가상자산의 범위에서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가상자산을 정의하는 방식과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이에 더하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 함)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채권, 모바일 상품권, 예금토큰 및 NFT(Non-Fungible Token)를 가상자산에서 제외되는 범위에 추가하였습니다. 예금토큰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와 연계되며 NFT는 상호 간 대체될 수 없어 이용자 피해 발생 우려가 낮다는 점에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명칭이 NFT라고 하더라도 시세차익을 제외한 다른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여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아주 비슷한 NFT가 대량 또는 대규모로 발행되거나 분할이 가능하는 등의 그 실질이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음에 유의하셔야 합니다(NFT가 어떠한 경우에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NFT와 가상자산법 글을 참고해주세요).
2)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
가) 이용자의 예치금 관리
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이하 “사업자”라고 함)로 하여금 이용자의 예치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에 예치·신탁하여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법 제6조 제1항). 그리고 동법 시행령은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의 범위를 은행으로 정하고 있습니다(시행령 제8조 제1항 각 호).
아울러 사업자가 위 관리기관에 이용자의 예치금을 예치 또는 신탁하여 관리할 때 그 관리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 계약 내용으로 다음의 구체적 사항들이 포함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① 예치금이 관리기관의 자기 재산과 구분되어 관리될 것, ② 예치금이 규정된 방법으로 운용되고 그 수익이 사업자에게 지급될 것, ③ 사업자가 파산하는 등 예치 또는 신탁된 예치금이 이용자의 청구에 따라 그 이용자에게 우선하여 지급되어야 하는 경우, 사업자가 그 사실을 즉시 관리기관에 알리고 우선 지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 (법 제6조 제4항, 시행령 제 8조 제2항 각 호).
특히 사업자가 파산한 등에는 관리기관이 예치금의 지급 시기나 장소 등을 일간신문과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이용자와 사업자로부터 예치금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 후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이용자는 사업자의 파산 등의 경우에도 이용자의 예치금이 보호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나) 이용자의 가상자산 보호
법에 따라 사업자는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아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 자신의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하여 보관하여야 합니다(법 제7조 제2항). 이때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70% 이상의 범위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비율(80%) 이상의 가상자산은 인터넷과 분리하여 보관(이른바 “콜드월렛”에 보관)하여야 합니다 (시행령 제11조 제1항 본문). 다만 해킹, 배임, 영업의 폐지 및 이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가 해당 사업자에게 별도의 비율을 정하여 통보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11조 제1항 단서).
다) 보험 가입 등
사업자는 해킹·전산장애 등 시행령으로 정하는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법 제8조, 시행령 제12조 각 호, 가상자산업감독규정 제10조).
2014년 일본의 마운트곡스가 약 85만 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하여 파산에 이른 사태가 방증하는 바와 같이 가상자산은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여 기본적으로 해킹에 매우 취약합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산시스템에 전산장애가 발생할 시 데이터 손실·왜곡 및 거래 중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시장 변동성이 특히 큰 가상자산시장에서는 이용자에게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자로 하여금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게 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게 하는 위 규정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뿐 아니라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요구되는 기본적 규정이라 판단됩니다. 다만, 고시된 기준이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거나 반대로 규제의 실효성이 없는 금액이 되지 않도록 고시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3) 불공정거래행위 등 규제
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및 처벌
법에 따라 미공개정보 이용, 통정매매,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가 금지되며, 자기 발행 가상자산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법 제10조 제1항 내지 제5항).
이를 위반할 시 그 위반행위로 인해 이용자가 그 가상자산의 거래 관련하여 입은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동조 제6항). 나아가 그 불공정거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과 연동하여 징역·벌금 내지 과징금(1)이 부과됩니다(법 제19조 1항 각호, 제17조 제1항). 이때 법은 각 불공정행위 유형별로 벌칙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으며, 징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벌금이 병과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법 제19조 제5항).
나) 임의적 입출금 차단
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관한 입출금을 시행령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단하여서는 아니 됩니다(법 제11조 제1항).
이때 정당한 사유란
① 가상자산 정보시스템 등에 전산장애나 보수·점검하는 등의 경우로서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시행령 제17조 1호), ② 사업자나 가상자산 발행인에게 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또는 발생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로서 이용자 보호 및 보안을 위하여 가상자산의 입출금 차단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동조 2호), ③ 관계 법령 내지 금융위원회 고시에 의해 가상자산의 입출금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동조 3호 내지 7호)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 이상 거래 감시
이상 거래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우려가 있는 거래 또는 행위로서 가상자산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시행령 제18조 각 호).
가상자산시장을 개설·운영하는 사업자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법 제12조 제1항).
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동향
1) 인프라 구축 및 사업자에의 로드맵 제공
금융감독원은 2024. 1. 9. 가상자산 관련 감독·검사·조사 업무를 집행할 수 있는 전담 부서 2곳 가상자산감독국 및 가상자산조사국을 신설하였습니다.
사업자를 위한 정책으로, 금융감독원은 2024. 2. 7. 법 시행에 따라 사업자의 차질 없는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이행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금융정보분석원은 2024. 7. 12. 개정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을 공개하였습니다.
2) 자문기관 설치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시장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의 자문을 위하여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부원장이 맡고, 위원은 가상자산 관련 고위공무원 및 법조인 등 전문 지식을 갖춘 민간위원 중에서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성별을 고려하여 임명 또는 위촉하게 됩니다(시행령 제4조).
다. 특정금융정보법과의 관계
「특정금융정보법」은 2021년부터 시행 중인 법률로서 가상자산의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금융회사에 포함되며 그 업무가 금융거래에 포함된다고 규정한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위 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도 신설되게 되었습니다.(2) 나아가 올해 3월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입출금 계정 발급 관련한 법적 규율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주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용자 보호에 취약한 문제점이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제정된 것이 바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입니다.(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그 시행령은 이용자의 자산 보호 관련한 사업자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을 규정하며 또한 형사처벌 및 과징금까지 부과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일차적 법제로서의 의의는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3. 법제의 실효성에 관한 쟁점
다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그 시행령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일차적 법제인 만큼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호해야 할 이용자의 자산은 원화 예치금에 국한되는 점, ②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4)
현재 이용자의 예치금이 대부분 원화가 아닌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있음에도 사업자의 파산 등의 경우에 보호되는 것은 이용자 자산 중 일부에 해당하는 원화 예치금에 불과하고, 콜드월렛 방식은 기술적 보안성을 높으나 내부통제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보관·관리 전문성을 갖춘 외부 기관에 위탁하도록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현행 법제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5)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수준의 규제만으로도 위축 효과가 시장 안정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사업자가 위축되는 효과에 더하여 내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로 투자자위축까지 고려하면 결국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6)
이처럼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본격적 규제는 이용자 보호와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기에 상반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업자와 이용자 중 한쪽에 과도한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균형 잡힌 이차적 법제가 순차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작성: 변호사 한주예
감수: 변호사 정재권
(1) 자기 발행 가상자산 거래는 과징금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과징금은 원칙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상당액 이하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 (3) 전성아, “다가오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특금법과의 차이는?[엠블록레터]”, 2024. 05. 08., 매일경제.
(4), (5) 박준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못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 2024.7.11. 오피니언뉴스.
(6) 정광연, “[주간금융이슈] 가상자산보호법 앞두고 시장안정 vs 투자위축 ‘팽팽’”, 2024. 7. 14. 뉴스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