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소멸시효는 무엇인가요? – 일반 및 상사 채권에 따른 차이를 중심으로
1. 빌린 돈을 합법적으로 갚지 않을 수 있는 방법
갑은 친구인 을에게 1억 원을 빌려줬습니다. 을은 2015년 1월 1일까지 그 돈을 갚겠다고 했습니다. 법률적 용어로는 '갑은 을에 대해 채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채권의 내용은 1억 원을 받는 것이고, 채권의 이행기는 2015년 1월 1일입니다.
그런데 갑이 너무 부자라 을에게 1억 원을 빌려준 사실을 까먹고 있다가, 돈이 궁해진 2025년 4월 1일에야 그 사실을 기억해냈습니다. 갑은 그제서라도 을에게 1억 원을 받고 싶습니다. 그런데 을은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분노한 갑은 을에게 돈을 갚으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합니다. 갑은 을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받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을이 갑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법적으로는, 갑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소멸시효"라는 게 있기 때문이죠.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어려우니,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2015년 1월 1일이 되었을 때, 갑은 을에게 "내 돈을 갚아라"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을이 돈을 갚지 않겠다 하면, 갑이 을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었죠. 갑은 이러한 방식으로 그의 권리인 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그로부터 10년간 을에게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10년이 지난 2025년 1월 1일부터 갑의 채권은 소멸합니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소멸시효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10년이 지났다고 내 권리가 사라진다고? 그게 말이 돼? 대체 왜?"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있는 이유는, "일정한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의 경과로 인해 곤란하게 되는 증거보전으로부터의 구제 또는 자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의 보호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대법원 1976. 11. 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
이유를 들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소멸시효의 취지로서 설득력이 있는 의견은, 문서나 증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고대 시대에, 권리가 발생한 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문서나 증인의 신뢰성도 많이 떨어지는데, 이 경우 현재 상태가 진정한 법률관계에 상응할 것이라는 경험칙을 법제화한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채무자가 지난 40년 동안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새삼스레 이행을 강제하기 곤란하다'가 아니라, '지난 40년간 아무런 다툼이 없었던 것은 비록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미 이행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의 시효는 오래 전에 이미 어떤 식으로든 채무를 변제했을 터이지만 변제의 증거가 없는 경우 채무의 변제를 추정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1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실 분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왜 이 제도가 생겼는지"가 아니라, "이 제도가 소송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이므로, 제도의 취지와 기원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 소멸시효의 효과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합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여기서 "완성한다"의 의미는, 채권의 이행기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채권 자체가 소멸한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단, 우리나라 대법원은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 항변은 변론주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58124 판결)고 하여, 채권이 소멸하기는 하지만, 당사자(주로 피고)가 주장하지 않는 한 법원이 소멸시효를 직권으로 적용하여 채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갑이 을을 상대로 2025년 4월 14일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 후 열린 재판에서, 을은 “갑이 나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없다”라고만 주장하고, 소멸시효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법원은 “을은 갑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릴 것입니다. 그에 반해, 만약 재판에서, 을이 “갑이 나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갑에게 돈을 갚아야 할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라고 한다면, 법원은 갑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3. 상사 소멸시효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인데, 그보다 더 짧은 기간이 지나면 소멸하는 권리들이 있습니다. 그 중 상사 소멸시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합니다(상법 제64조). 즉, 채권 중에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경우, 일반적인 소멸시효보다 더 짧은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란,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 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그렇다면 "상행위"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법 제46조 제1항의 기본적 상행위와, 상법 제47조의 보조적 상행위가 상행위인데, 일반적으로는 "상인이 하는 행위는 상행위이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위의 사안에서, 갑이 은행이고, 을에게 1억 원을 대출해준 것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을은 2015. 1. 1. 갑에게 1억 원을 갚기로 했습니다. 갑이 2021. 1. 1. 을에게 1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갑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갑은 상인이고, 따라서 갑의 채권은 5년이 지나면 소멸해버리기 때문이죠. 갑이 은행이 아니라 개인이었다면 2021. 1. 1.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으나, 상인이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4. 적용
이 내용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먼저, 돈을 빌린 분이라면, 상대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시면 좋습니다. 특히, 상사 소멸시효인지 확인해보세요. 일반 소멸시효에 비해 기간이 짧아 유리합니다.
돈을 빌려주신 분이라면,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상대에게 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하시거나, 혹은 최고(갚으라는 통지) 후 6개월 이내에 소 제기 또는 가압류를 하셔야 합니다. 특히, 상사 소멸시효의 경우 기간이 짧으니 빠르게 조치를 취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5. 법률사무소 화음의 조력
소멸시효는 본인이 주장하지 않으면 판사가 판단해주지 않습니다. 소멸시효가 문제되는지, 문제되는 소멸시효가 일반 소멸시효(10년)인지 상사 소멸시효인지(5년)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법률사무소 화음이 소멸시효 관련 쟁점에 대해 판단 및 입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작성자: 최전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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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희. (2005). 소멸시효에 관한 역사적 고찰: Savigny의 견해를 중심으로. 법사학연구, 31, 36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