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관련 범죄의 의의 및 요건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1. 명예훼손의 의의
1.1. 형법상 명예훼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적시한 내용이 사실인 경우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를 구성하게 되고 이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그것이 허위 사실인 경우에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307조 제2항)를 구성하여 가중 처벌을 받게 되어 4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1.2.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사람의 명예를 인터넷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훼손하는 경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하게 되는데, 정보통신방법 상의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성립하고, 형법과 마찬가지로 드러낸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에 따라 형량의 경중이 달라집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즉, 정보통신망에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정보통신망에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이처럼 처벌 수위가 형법상 명예훼손에 비하여 높은데 이는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 정보는 매우 신속하고 널리 전파될 수 있고, 한번 침해된 권리는 복구되기 매우 어려워 처벌의 필요성이 높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2.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으로서의 공연성과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죄에서 많이 문제되는 것이 ‘공연성’과 ‘사실의 적시’ 여부입니다. 아래에서는 명예훼손 관련 범죄의 구성요건 중 공연성과 사실의 적시의 의미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공연성의 의미
2.1.1. 전파가능성 이론
형법상 명예훼손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에서 말하는 '공연성'의 의미에 대하여, 판례는 '특정의 개인이나 소수인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공연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특정의 개인 또는 소수인이라고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하다고 할 수 있다' 고 하여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4도207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등 참조)하여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1.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상 공연성 판단의 구체적 기준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선례에 비추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공연성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등 참조). 발언 이후 실제 전파되었는지 여부는 전파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나, 발언 후 실제 전파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은 공연성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소극적 사정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1981. 10. 27. 선고 81도1023 판결,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579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2.1.3. 정보통신망 환경에서의 공연성 판단
정보통신망과 정보유통과정은 비대면성, 접근성, 익명성 및 연결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고 있어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이 용이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명예훼손의 방식과 양상을 고려할 때 공연성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도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성 판단에서 전파가능성 유무를 그 기준으로 적용해 왔습니다.
즉,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9396 판결은 피고인이 직장 상사에게 직장동료인 피해자에 관한 허위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사안에서 피고인이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고, 대법원 2019. 7. 5.자 2019도6916 결정은 피고인이 오피스텔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피해자에 대한 비위사실을 같은 관리인 후보로 출마한 후보자의 지지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분쟁 상황이나 그 상대방의 지위를 고려해 볼 때 상대방이 그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2019. 2. 22.자 2019도790 결정은 피고인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안에서 그 상대방이 페이스북 등에서 상당한 수의 팔로워가 있는 점과 적시 내용 등에 비추어 공연성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반면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20409 판결은 피고인이 지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허위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안에서 대화 경위와 이후 사정 등에 비추어 사적 대화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공연성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이상 문단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1.4.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인지하여 실제로 명예가 훼손될 것을 요하는지 여부
우리 형법의 명예훼손죄 규정이 '명예를 훼손한'이라고 규정한 것에 비추어보면 어떤 표현행위를 상대방이 인식하여 명예가 실제로 훼손되어야 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기수가 되며,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인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명예훼손죄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한다는 입장).
이와 관련해, 우리 대법원은 "명예훼손죄 규정이 '명예를 훼손한'이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이를 침해범이 아니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는 것은 명예훼손이 갖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의 특수성에 있다. 즉,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인 명예에 대한 침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없고 이를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적시된 사실을 실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상태에 놓인 것만으로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불능범이나 미수로 평가할 수 없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2. 명예훼손 구성요건으로서 사실의 적시의 의미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합니다(대법원 2000.2.25. 선고 98도2188 판결). '사실의 적시'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해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1998.3.24.선고, 97도2956 판결).
이렇게 명예훼손죄는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의 적시’인지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어떠한 표현행위가 사실의 적시인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는 명예훼손 성립 여부 판단에서 많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목사가 예배 중 특정인을 가리켜 "이단 중에 이단이다"라고 설교한 부분은 어느 교리가 정통 교리이고 어느 교리가 여기에 배치되는 교리인지 여부는 교단을 구성하는 대다수 목회자나 신도들이 평가하는 관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7도1220 판결).
한편, 요즘과 같이 인터넷통신망을 통해 게시되는 특정 음식점이나 업체에 대한 평가 글은 비록 해당 음식점이나 업체의 음식이나 서비스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의견이나 논평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은 경우 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3.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 위법성조각 (형법 제310조)
3.1. 위법성조각사유 근거 및 취지
비록 위와 같은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라고 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형법 제310조에서 정하고 있는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대법원은 해당 규정에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2. 과거 대법원의 형법 제310조의 확대 적용 경향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소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취지를 고려하여 형법 제310조를 점진적으로 넓게 인정하여 왔습니다. 형법 제310조의 문언은 '진실한 사실'을 표명한 경우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진실한 사실이 아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합니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합니다. 또한 형법 제310조의 문언상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상 요건을 완화하여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3.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개인에 관한 사항의 공공의 이익으로의 포섭
대법원은 더 나아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진실한 사실의 적시의 경우에는 형법 제310조에서의 '공공의 이익'도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라,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이에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형법 제310조의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위 문단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작성자: 정재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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